ICON: The Chair Series
삼세영 기획전
2026. 6.23 - 7.31
Artist
권영술
Description
전시 서문 ㅣ
이현정 큐레이터
의자는 사람이 잠시 머무는 자리이다. 그러나 권영술의 화면 속 의자는 단순한 가구가 아니다. 그것은 기억이 쌓이고 시간이 축적되며 욕망과 사유가 머무는 하나의 세계이다. 작가는 오랜 시간 의자라는 형상을 통해 인간 존재와 삶의 구조를 탐구해 왔다. 화면 속 의자는 앉기 위한 사물이 아니라 삶의 흔적들이 겹겹이 쌓이는 장소이며, 개인의 기억과 감정, 꿈과 상상이 응축된 상징적 형상, 곧 하나의 ‘아이콘(ICON)’으로 존재한다.
이번 전시 《ICON: The Chair Series》는 권영술이 구축해 온 회화 세계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의자의 내부에는 도시와 건축, 음악과 풍경, 인간의 흔적과 자연의 형상이 뒤섞여 있다. 서로 다른 이미지들은 꿈속의 장면처럼 자유롭게 떠다니지만 하나의 유기적 질서 안에서 연결된다.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감각, 미래의 상상은 한 화면 안에서 공존하며, 관람자는 의자라는 형상을 따라 시간의 여러 층위를 경험하게 된다.
권영술의 회화는 수많은 기억과 상징, 시간의 조각들이 축적된 하나의 지도와 같다. 의자의 윤곽을 따라가다 보면 도시의 건축물과 계단, 악기와 인체, 자연과 유적이 서로 연결되며
현실과 비현실, 기억과 상상이 교차한다. 작가는 하나의 장면을 재현하기보다 다양한 시간과 경험이 중첩된 세계를 구축하고, 관람자는 화면을 읽어 내려가듯 자신만의 이야기를 발견하게 된다.
그의 작업을 특징짓는 또 하나의 요소는 점과 선의 집요한 축적이다. 화면을 가득 채운 수많은 점들은 우주를 이루는 입자이자 삶의 흔적이며 인간 존재의 은유로 작동한다. 반복적인 노동을 통해 쌓인 작은 단위들은 하나의 거대한 서사를 이루고, 미세한 흔적은 결국 풍경이자 우주로 확장된다.
권영술은 Polaris, Craving, Dream of the Butterfly 연작을 통해 인간의 꿈과 욕망, 존재의 의미를 지속적으로 탐구해 왔다. 이번 전시의 의자 역시 그 연장선 위에 놓여 있다. 의자는 삶이 머무는 자리이자 기억과 욕망이 축적되는 공간이며, 인간 존재를 상징하는 구조적 장치로 기능한다.
결국 권영술의 의자는 삶 그 자체를 상징한다. 우리는 모두 어딘가에 잠시 머물다 떠나는 존재이며, 그 자리에는 기억과 꿈, 욕망과 시간이 남는다. 작가는 하나의 의자 안에 삶의 단편들과 시간의 층위를 축적함으로써,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여 온 존재와 세계의 구조를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이번 전시가 관람자에게도 자신의 기억과 욕망, 그리고 삶의 방향을 되묻는 사유의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