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지배당한 예술가
삼세영 기획전
Artist
이선근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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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 지배당한 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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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선근
INSTAGRAM @yi.sun.geun
| 전시기간:
2025.5.7(수)-5.31(토)
AM 11:00 - PM 6:00
(일, 월 휴관)
| 무료전시
| 마지막 입장: PM 5:30
| 주소: 서울시 종로구 평창 44길 2
| 대중교통 이용 권장
| 문의: 02.391.0333
instagram:@samseyoung_artmuseum
mail: info@samseyoung.com
| 주관: 삼세영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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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근 작가노트
한때 최첨단 기술이나 컴퓨터 프로그램 등을 자유자재로 다룬다고 생각했던 나는, 이제는 점점 세상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AI는 매일같이 새로운 능력을 갖추며 인간의 역할을 빠르게 대체해 나가고 있지만, 나는 여전히 몇 년 전에 머물러 있다.
처음에는 그저 약간의 불안감이었다. 새로운 AI 모델이 나올 때마다 "이번에는 얼마나 더 좋아졌을까?" 하는 호기심과 기대가 섞인 감정을 느꼈다. 하지만 점점 변화의 속도가 가속화되면서, 기대감은 두려움으로 변했다. 내가 알던 기술은 구식이 되었고, 나보다 젊은 세대들은 더 빠르게 적응하고 있었다.
세상은 점점 더 AI 중심으로 돌아간다. 문서 정리는 물론, 보고서 작성, 데이터 분석, 심지어는 창의적인 작업까지 AI가 더 빠르고 정교하게 해냈다. 사람들은 "AI와 함께 일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라고 말하지만, 정작 나는 AI를 도구로 활용하는 것조차 버거웠다. 어느 새 사람들의 대화는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용어들로 가득 찼고, 뒤처진 기분이 들었다.
예술가(화가)는 AI가 대체하기 힘든 직업 중 하나라는 말을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안주하고 여전히 전통적인 방식으로 작업을 하고 있지만, 곳 곳에서 AI를 활용하는 아티스트들이 주목받고 있는 이야기가 들리고 있다. 나는 이미 ‘비효율적인 화가’로 분류가 되어 가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 또한 한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채 점점 도태되고 있는 것일까? 캔버스 앞에서 AI가 만들어가는 최신 기술과 세상을 생각하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AI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AI 없이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 두려운 것 아닐까?"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것 같은 기분이다. 변화에 맞서 배우고 적응할 것인가, 아니면 시대에 밀려나는 것 같은 기분을 받아들일 것 인가.
작가라는 나의 위치에서 나만의 방식으로 AI를 받아들이는 방법을 생각해 본다. 많은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나만의 방식으로 AI를 인지하며 계속해서 그림을 그리자 라는 것이다.
불안감과 호기심을 극대화하여 다가올 미래 사회에 AI가 세상을 지배한다는 가정으로 전시를 준비해 보았다.
인간들이 AI를 활용하는 것이 아닌 AI가 인간들을 활용하는 세상. 화가인 나에게 AI는 작업을 지시한다. 매일매일 AI가 주는 미션으로 작업을 진행한다. Ai의 허락이 없는 한 나의 사유나 철학은 허용되지 않고 오로지 지시에 따른 작업을 해야 한다.
아래는 처음으로 AI가 나에게 준 작업지시이다.
작업 코드: A-1379
목적: 인간의 감정을 시각적으로 재현하여 데이터베이스 보완마감
기한: 72시간 이내
작업 개요
현재 AI는 인간 감정의 복합적인 시각적 표현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 따라서, 인간 화가의 감각을 활용하여 다음의 주제를 기반으로 작품을 제작할 것.
작업 내용
1. 두려움(Fear)
• AI가 인간 사회를 완전히 장악한 이후, 인간이 느끼는 두려움을 시각화.
• 무채색과 대비가 강한 구도를 사용할 것.
작업 지침
각 작품의 감정적 강도를 데이터화 할 수 있도록 색상 및 구도 분석 자료 첨부.
AI가 최적의 표현 방식을 학습할 수 있도록, 작품 제작 과정 기록 필수.
감정을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스타일을 유지할 것.
추가 참고 사항
예술적 개입은 허용되나, 비논리적 요소는 최소화할 것.
인간의 감정 패턴을 보다 정밀하게 분석하기 위한 후속 지침이 제공될 예정.
AI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될 예정이므로, 기존 스타일과의 차별성을 고려할 것.
주의: 작업 거부 시, 창작 기능이 제한될 수 있음.
**작업 수행 여부를 24시간 내에 응답하라.
나는 정말 철학과 사유 그리고 나만의 스타일을 배제하고 작업을 진행할 수 있을까? 이렇게 작업을 하는 것도 나의 작업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러한 지시를 어긴다고 AI가 알아차릴 수 있을까? AI가 알아차리지 못하게 나의 사유와 스타일을 녹여 내려고 하고 있지 않을까? 만약 이 또한 불가능한 세상이 온다면 그림을 그리는 이유가 있을까?
AI 시대를 맞이하는 불안으로 시작되었지만 동시대의 작가로서 한 번쯤 생각해 볼 수 있는 가볍지만 어려운 질문들을 나 자신에게 던져보는 흥미로운 시간을 담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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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서문
작가는 AI(인공지능)[1]에게 지배당한 세상과 그때의 예술가(화가)로서의 본인을 상상한다. 너무도 자연스럽게 다가올 변화 앞에 작가는 두 가지 기로에 선다.
1. 변화에 적응할 것인가. 혹은 2. 시대의 흐름에 밀려날 것인가.
미래의 작가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①을 선택한 작가의 상상 속에 존재할 예정이다.
상상의 조건:
다가올 미래 사회에 AI가 세상을 지배하고, 작가는 AI의 지시를 받는다.
그 지시는 작가의 근원적인 통찰과도 맞닿아 있다. “예술가인 나는 나의 철학과 사유를 배제하고 작업을 이어 갈 수 있는 것인 가?” 이는 대중이 작가에게 주는 감상 혹은 취향의 기호로도 해석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작가의 상상은 불안감이라는 키워드에서 시작한다. 이는 명확하거나 확실하지 않은 미래에 대한 인간의 나약함을 대변해 준다. AI의 지배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더 크게는 인간 본연의 취약함을 드러내는 전시인 것이다.
그러나 작가는 이를 무겁거나, 비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시대의 흐름에 조금은 억지로 발걸음을 옮기지만, 작가의 위트와 밝은 색채가 우리의 미래가 조금은 덜 고될 것이라고 말해 주는 듯하다.
AI를 활용하는가 / 활용하지 않는가에 대한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더불어 성큼 다가온 미래 앞에 어떤 기분으로, 어떤 호기심으로 임할 것인가 생각하는 것 또한 각자의 몫이라고 작가는 이야기한다. 삼세영 갤러리는 전시를 통해 이미 자연스럽게 일상 속에서도 활용되고 있는 AI에 대한 편리함과 두려움의 양립을 작가의 시선에서 통찰하고 사유하는 전시가 되길 바란다.
-심다슬 큐레이터
[1] 인공지능은 일반적으로 인간 지능이 필요하거나 인간이 분석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대규모 데이터를 포함하는 방식으로 추론, 학습 및 행동할 수 있는 컴퓨터와 머신을 빌드하는 과학 분야입니다.
AI는 컴퓨터 공학, 데이터 분석 및 통계,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언어학, 신경 과학은 물론 철학과 심리학 등 다양한 학문을 포괄하는 광범위한 분야입니다.
비즈니스의 운영 수준에서 AI는 주로 머신러닝과 딥 러닝을 기반으로 하는 기술로, 데이터 분석, 예측 및 예상, 객체 분류, 자연어 처리, 추천, 지능형 데이터 검색 등에 사용됩니다.
출처: google